만원의 행복(2001/11/16)

2013.02.09 21:45

방장 조회 수:404

만원의 행복

어느 선배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....

남편이 잠 못 들고 뒤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
양복 주머니에서 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냅니다.
무슨 돈이냐며 묻는 아내에게 남편은 자기의 비상금이었는데
당신의 핼쓱한 모습이 안스럽다며 내일 몰래 혼자 고기뷔페에
가서 소고기 실컷 먹고 오라고

만원짜리 한 장을 펴서 쥐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던
아내의 눈가엔 물기가...
"여보..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.."

어젯밤 남편에게서 만원을 받은 아내는 뷔페에 가지 못했습니다.
못먹고 산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..
노인정에 다니시는 시아버지께서 며칠째 맘이 편찮으신 모양입니다.
아내는 앞치마에서 그 만원을 꺼내 노인정에 가시는
시아버지 손에 쥐어드렸습니다.
"아버님.. 만원이예요..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..
작지만 이 돈으로 신세 진 친구분들하고 약주 나누세요.."

시아버지는 너무나 며느리가 고마웠습니다.
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 힘겹게 끌어 나가는
며느리가 보기 안스럽습니다.
시아버지는 그 돈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
가서 실컨 자랑만 했습니다.
"여보게들! 울며느리가 오늘 용돈 빵빵하게 줬다네~~"
그리고 그 돈을 장롱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.

다음 해 설날..
할아버지는 손녀의 세배를 받습니다. 기우뚱거리며 절을 합니다.
주먹만한것이 이제는 훌쩍자라 내년엔 학교에 간답니다.
할아버니는 손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.
오냐.. 하고 절을 받으신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
그 만원을 손녀에게 세배돈으로 줍니다.
" 할아버지.~~ 고맙습니다아~~~"

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외동딸 지연이는 마냥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.
세배돈을 받은 지연이는 부엌에서 손님상을
차리는 엄마를 불러냅니다.
"엄마.. 책가방 얼마야??"
엄마는 딸의 속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습니다.
"왜? 우리 지연이 학교 가고 싶니??"
지연이는 엄마에게 할아버지에게서 세배돈으로
받은 만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.
"엄마한테 맡길래.. 내년에 나 예쁜 책가방 사줘어??"

요즘 남편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.
내색은 하지 않지만 안하던 잠꼬대까지..
아침에 싸주는 도시락 반찬이 매일 신김치쪼가리 뿐이라..
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 양복 속주머니에
낮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원을 넣어 둡니다.
[여보 내일 좋은 것 사서 드세요..]라는 쪽지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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